<사례> 1970년경 한 지역에 거주하는 8촌 이내의 친척들 중 집안 어른들 8명이 돈을 모아서 산을 사서 선산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등기는 그 중 세 사람 명의로 했다. 그 명의자 중 한 사람의 상속인들이 자기들 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종중의 적법한 명의신탁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가 문제된 사례
1. 고유한 의미의 종중과 종중유사단체
고유한 의미의 종중은 공동선조의 후손들에 의하여 그 선조의 분묘수호와 제사 및 후손 상호간의 친목을 목적으로 형성되는 자연발생적인 종족단체로서 그 성립을 위하여 특별한 조직행위를 필요로 하지 아니하고 그 선조의 사망과 동시에 그 자손에 의하여 성립되는 것이며, 이와 같은 고유한 의미의 종중이 아니라 하더라도 독립된 단체로서의 실체를 인정할 수 있을 경우에는 종중유사 단체, 또는 종중에 유사한 비법인 사단이라고 합니다( 대법원 1991. 1. 29. 선고 90다카22537 판결, 대법원 2007. 6. 29. 선고 2005다69908 판결 등 참조).
특정 지역 거주자들을 중심으로 모임을 만들어 매년 시제를 함께 지내다가 정식으로 총회를 열어 명칭을 확정하고 조직을 구성하는 등 활동을 하여 온 경우 그 지역 거주자들로 범위를 제한하여 구성한 종중에 유사한 비법인 사단이 되는 것입니다(대법원 2008. 10. 9. 선고 2008다45378 판결 참조).
2. 종중과 종중 유사단체의 소송상 당사자능력
가. 종중이나 종중 유사단체가 당사자능력을 가지는지 여부에 관한 사항은 법원의 직권조사사항이므로, 그 당사자능력 판단의 전제가 되는 사실에 관하여는 법원이 당사자의 주장에 구속될 필요 없이 직권으로 조사하여야 하며, 그 사실에 기하여 당사자능력의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당사자가 내세우는 종중이나 단체의 목적, 조직, 구성원 등 단체를 사회적 실체로서 규정짓는 요소를 갖춘 실체가 실재하는지의 여부를 가려서, 그와 같은 의미의 단체가 실재한다면 그로써 소송상 당사자능력이 있는 것으로 볼 것이고, 그렇지 아니하다면 소를 각하합니다( 대법원 1997. 12. 9. 선고 94다41249 판결 참조).
나. 당사자가 고유한 의미의 종중과 종중 유사단체의 성격 구분을 제대로 하지 못하여 종중 유사단체의 성격 및 실체에 관하여 일부 부적절한 주장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전체적으로 보아 처음부터 종중 유사단체라고 볼 수 있는 주장을 하여 왔다면 그 실체가 종중 유사단체라고 하는 사실관계의 기본적 동일성은 유지되는 것이므로( 대법원 2002. 4. 12. 선고 2000다16800 판결 등 참조), 법원으로서는 종중 유사단체로서의 실재 여부를 가려 당사자능력의 유무를 판단하여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입니다(대법원 2010. 4. 29. 선고 2010다1166 판결 참조).
다. 실제 소송에서 자주 쟁점이 되며, 소송을 잘못 수행하면 종중이 아니라는 이유로 각하되는 경우도 종종 있으므로 처음부터 종중인지, 종중유사단체인지 세심하게 살펴보아야 합니다. 당사자들은 문중이나 종중이라고 알고 있지만 사실관계를 파악해 보면 고유한 의미의 종중이 아니라 종중 유사단체인 경우가 많습니다.
3. 종중 유사단체에 종중에 관한 법리가 적용되는지 여부
선조의 분묘수호와 제사봉행 및 친목도모 등을 목적으로 공동선조의 후손 전원을 구성원으로 하여 자연발생적으로 성립하는 고유 의미의 종중과 그 후손 중 특정 지역의 거주자 또는 특정한 자격 요건을 갖춘 사람들만을 구성원으로 하는 종중 유사단체는 그 법적 지위나 단체의 구성 등에서 차이가 있지만, 종족 단체라는 근본 성격과 추구하는 목적 및 운영방식 등은 유사한 점이 있으므로, 종중에 관한 법리는 그 성질이나 규약에 반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종중 유사단체에 관한 법률관계에도 적용됩니다. 따라서 종중의 규약이나 관례에 의하여 종중원이 매년 일정한 일시·장소에서 정기적으로 회합하여 종중의 대소사를 처리하기로 미리 정해져 있는 경우, 소집통지나 의결사항을 통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종중총회 결의를 무효라고 할 수 없다는 종중총회의 소집 및 통지 등에 관한 법리가 종중 유사단체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됩니다(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2다98843 판결 참조).
4. 종중 유사단체의 부동산 명의신탁
가.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이라고 합니다) 제4조 제1항은 명의신탁약정은 무효로 하고 있으며, 부동산실명법 제8조 제1호에 의하면 종중이 보유한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종중 이외의 자의 명의로 등기하는 명의신탁의 경우 조세포탈, 강제집행의 면탈 또는 법령상 제한의 회피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같은 법 제4조 내지 제7조 및 제12조 제1항· 제2항의 규정의 적용이 배제되도록 되어 있는바, 부동산실명법의 제정목적, 위 조항에 의한 특례의 인정취지, 다른 비법인 사단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할 때 위 조항에서 말하는 종중은 고유의 의미의 종중만을 가리키고, 종중 유사의 비법인 사단은 포함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입니다(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6다14165 판결 참조).
나. 한편 부동산실명법 시행 전에 이루어진 명의신탁등기는 법 시행 후 1년 이내에 실권리자 명의로 실명등기를 하여야 하며, 위 유예기간 중에 실명등기를 하지 않으면 명의신탁약정은 무효가 되는데(법 11조 1항, 12조 1항), 이렇게 명의신탁약정이 무효가 되면, 명의신탁해지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할 수 없습니다. 명의신탁 자체가 무효이기 때문에 해지할 수도 없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 결국 명의수탁자가 법률상 원인 없이 명의신탁부동산을 부당이득을 한 것이 되므로 명의신탁자는 부당이득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 문제는 부당이득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은 채권적 권리이므로 10년간의 소멸시효가 적용된다는 것입니다.
소멸시효 기산점은 명의신탁자가 부동산실명법에 따른 1년의 유예기간 내에 실명등기를 하지 않음으로써 명의수탁자가 신탁 부동산을 부당이득하게 된 시점이 되므로 1996년 7월 1일이 됩니다. 따라서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06. 6. 30.에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그 전에 소멸시효가 중단되지 않은 이상 부당이득을 원인으로도 소유권이전등기청구를 할 수 없습니다.
5. 결론
가. 이 사건 문중은 특정 지역에 거주하는 후손들로 구성된 종중 유사단체이므로 부동산실명법에서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명의신탁약정이 아닙니다. 부동산실명법에 따른 1년의 유예기간 내에 실명등기를 하지 않음으로써 1996년 7월 1일로 그 명의신탁약정은 무효가 되고, 명의수탁자는 부당이득을 하게 되는데 부당이득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은 10년의 소멸시효기간이 완성되어 소유권이전등기청구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상대방이 소멸시효 항변을 하면 받을 수 없습니다.
나. 이러한 문제는 이 사건 문중이 고유한 의미의 종중이 아니라 종중 유사단체이고, 또한 오랫동안 권리행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입니다.